시정질문

제283회 정례회 시정질문(김운기 의원)

안녕하십니까? 춘천시의회 김운기 의원입니다. 먼저 제10대 첫 시정질문이라는 의미 있는 기회를 주신 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민선 7기 집행부가 가장 핵심에 두고 추진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의문점과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얼마 전 춘천시 ‘행복한 시민정부준비위원회’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고 해단 했습니다. 이날 시장은 이 보고서 내용을 최대한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직접민주주의 구현을 주된 과제로 내걸었고 시정구호도 ‘춘천, 시민이 주인입니다’라고 할 만큼 직접민주주의의 구현에 대한 의지와 열망은 굉장히 높았습니다.
환영합니다. 아무리 환영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가 시민이 주인이 된 직접민주주의 구현, 시민이 직접 정책에 참여하고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 도시건설에 이견이 있거나 반대를 하겠습니까? 저 또한 찬성합니다.
그러나 그 의지와 열망을 어떤 법적 근거를 가지고 제도화할 계획이며 기존 제도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시장이 추구하고자 하는 직접민주주의의와 제도화하고자 하는 일련의 시스템 구축에 대한 법적 근거는 무엇입니까?
본의원이 알고 있는 직접민주주의와 대의제의 관계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주주의’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어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실시하는 제도나 사상을 말합니다. ‘직접민주주의’란 유권자가 직접적으로 정치결정에 참여하는 정치체계로, 이것에 대한 대립 개념은 유권자가 선택한 대표자가 정치결정을 하는 간접민주주의입니다.
직접민주주의의 전형적인 예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폴리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민주주의는 비교적 소규모의 공동체를 무대로 하여 종교나 관습을 동일시하는 동질성이 높은 구성원에 의해 운영되었으며 직접민주주의의 조건이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통치기구의 중심에는 민회(民會)가 있었고 정책결정의 권한은 이 민회가 잡고 있었습니다. 모든 자유민의 성인 남자에게는 18세가 되면 자동적으로 민회에 출석할 자격이 주어져 정치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관직은 시민 중에서 추첨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진정으로 민주적이기 위해서는 전문가나 능력을 가진 자가 아니라 보통의 시민에 의해 정치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민 속에 공동체와의 일체감과 공적 책임감이 유지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지만 결국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현대국가들은 직접 민주제적 요소만으로는 오히려 시민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책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특히나 정치 상황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수많은 단체와 다양한 종교, 다양한 관습을 가진 군중 권력들이 산재하게 됨으로써 어떤 일부 단체의 선동과 군중 심리로 인해 다수가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단점이 부각된 중우정치로 흐를 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의제를 기본으로 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직접민주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며 이 예외적으로 직접민주제를 도입할 때에도 우리가 꼭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을 판례로 밝혀 놓고 있습니다.

2007헌마843 판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현대국가가 대부분 대의제를 채택하고도 후에 이르러 직접 민주제적인 요소를 일부 도입한 역사적인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직접 민주제는 대의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도입된 제도라 할 것이므로, 헌법적인 차원에서 직접 민주제를 직접 헌법에 규정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률에 의하여 직접 민주제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대의제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대의제의 본질적인 요소나 근본적인 취지를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재적인 한계를 지닌다 할 것이다.

그러면 대의제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대의제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기관구성권과 정책결정권의 분리입니다. 즉 치자에게 정책결정권과 책임을 부여하고 피치자에게 기관 구성권과 통제권을 부여한다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정책결정권의 자유위임입니다. 즉 명령적 위임관계가 아니며, 선거구민의 대리인도 아니다. 대의기관은 국민의사와 관계없이 독자적 양식과 판단에 따라 정책결정을 한다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추정적 의사입니다. 국민의사는 현실적(경험적) 의사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추정되는 의사인바, 국가의사(대의기관의 의사)와 국민의사(경험적의사)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한다라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추정되는 국민의 의사에 근거한 대의기관의 행위는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게 되며 국민에 대한 구속력을 갖습니다.
국민은 대의기관의 정책결정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시, 명령과 소환, 파면을 할 수 없는 대신에 대의기관에 대한 소환제나 투표와 같은 정치적 신임을 통하여 대의기관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를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장이 추구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본질을 부정하는 부분은 없습니까?
한 가지만 보겠습니다. 민회와 시민총회는 어떻습니까? 대의제의 본질중 두 번째 정책결정권의 자유위임항목 즉 국민의사와 관계없이 독자적 양식과 판단에 따라 정책결정을 한다라는 것과 세 번째 추정적 의사 즉 국민의사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한다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까? 만약 민회와 시민총회를 통해 발의된 의제를 부결한다면 어떤 모양새가 될지는 명약관화하지 않겠습니까? 정책결정권의 자유위임이 되겠습니까? 정책결정에 대한 구체적 지시와 다를 게 무엇이라는 말입니까?
이것은 명백히 대의제의 본질적 요소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기존 제도와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보고서에서는 시민이 주인 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 투명하고 친절하게 행정정보를 공개하여 주민자치회와 민회, 당사자위원회와 주민참여 예산위원회, 공론화 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시민총회에서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 도시를 만들겠다고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민참여형 제도가 기존 제도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는 차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우선 주민자치회는 이미 활동하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를 강화한 것이며, 주민 참여예산위원회는 이미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원회에서는 참여예산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여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시 주민참여예산위는 이미 지난 7/16일 4기 위원 구성을 마감하고 2020년 7월까지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직접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새롭게 제시한 민회, 시민총회, 당사자위원회도 그 권한과 역할이 무엇인가 대해서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민회의 개념, 구성에 대해서 위에서도 문제제기를 했지만 최종 보고서에서는 여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민회나 주민자치회에서 올라온 안건을 처리하는 시민총회의 경우 28만 춘천시민이 얼마나 모여야 회가 성립되는지, 예산을 비롯한 사업의결의 권한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한편 의욕적으로 제시한 노인청과 청년청 등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직접담겠다는 당사자위원회의 경우도 추첨에 의한 방식 도입 외에는 기존에 존재하는 시 산하 각종 직능, 부분별 상설위원회나 자문위원회와 어떻게 다른지 담겨 있지 않고 중복적인 부분이라고 밖에 생각되어지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이 정책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과 항목은 무엇이며 그 비용의 조달은 어떻게 충당되는지 질문드립니다.
내부 조직개편안이 나왔습니다.
44명의 증원이 있고 신설되는 부서가 있습니다. 이중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투입되는 인원은 몇 명이며 주무부서는 어디 어디입니까? 그리고 각 지역에 설립되는 조직별로 투입되는 인원은 몇 명이며 이 재원들은 어떤 근거로 어디서 조달할 예정이며 금액은 어느 정도 예상합니까?
참고로 금번 행정감사시에 보니 기존에 있던 각 부서에서는 인원부족과 업무과다로 해야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경중에 따라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이 고려되었기를 바랍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여 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동안에 이러한 정책들이 지도자의 의지와 열정이 없어서 실행되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모든 제도와 정책은 가장 기초가 되는 법적근거를 토대로 할 때 흔들림 없이 실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3월 22일 대한민국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에는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가 포함됐습니다. 이는 직접민주제 확대를 통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또 여기에는 제1조 3항에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라는 것과 121조에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지방정부 등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였습니다. 시장이 현재 제시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 관련 정책이 이 헌법에 맞춤형 정책이 아닌가 생각되어 집니다.

그러나 아직 개헌은 되지 않았습니다.
중앙정부도 최근 지방분권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지만 자치분권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이지 법률이 제정된 것도 아닙니다. 이마저도 재정분권안이 초안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맹탕대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직접민주주의 실현 본의원도 열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헌 후에 하십시오.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었을 때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모든 행정행위는 상위 법률에 근거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먼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지자체와 경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법이 제정이 된 후 즉각 시행하면 되는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는 법에 의거 선출되었고 법에 따라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었으며 법에 근거하여 시정을 감사하는 기능을 가지고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법이 있는 것은 조례로 올려도 보류가 되고 법에 없는 것은 시행이 돼도 묵과한다면 우리는 법에 의하여 선출된 우리 스스로를 부인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시민의 한표 한표로 시민의 대표가 된 시의회와의 소통도 없는데 어떤 것이 시민이 주인이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주변을 돌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합니다.
주변의 몇몇 사람의 이상과 생각이 내 정책방향과 같다고 하여 그것이 춘천시민 전체의 뜻인 양 호도하는 중우정치의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시장에게 제안드립니다.
시장이 현재 실행하고자 하는 정책에는 산업관련 정책은 거의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상공인 등등은 기존 정책의 보완책일 뿐 보다 나은 경제여건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본질적인 정책은 아닙니다. 외부에 나가서 세일즈 하십시오. 굵고 튼튼한 정책 동아줄로 큰 기업들을 유치하고 문화, 예술인들을 우대하여 살기 좋고 문화가 숨쉬는 춘천시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여야를 포함하는 시민 주권의 대행자들과 집행공무원들이 시민들을 위해 더 나은 협력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춘천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 주십시오. 지휘자가 청중을 향하지 않고 연주자들과 눈을 맞춰 화음을 만들 듯이, 시장은 시민을 향해 서서 시민만 보고 가겠다고 공언할 일이 아니라 집행부 구성원과, 의회를 향해 돌아서야 합니다.
행정에 연습은 없습니다.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마시고 법률적 근거를 통해 실행할 수 있는 핀셋 정책으로 춘천시를 발전시키는 시장이 되기를 간절히 당부드립니다.
이상으로 질문을 마치며 283회 정례회 동안 수고해주신 의원님들과 관계 공무원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직접민주주의를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가?
● 언론을 통해 보도된 민회는 어떤 법을 근거로 제도화하고자 하는가?
● 소요되는 비용의 제원은 어떤 근거로 어디서 조달할 예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