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보하는 춘천인형극제의 발전적인 운영방안을 촉구합니다.

춘천에서 7살, 9살, 12살짜리 아이 셋을 키우며 인형극 전문단체를 운영하면서 해마다 춘천인형극제에 춘천의 전문인형극단체로서, 관객으로서 축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춘천인형극제에 국내팀으로서 최다참가를 해 온 팀일테고 춘천인형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가장 많이 본 관객이리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해마다 아마추어 인형극단을 인형극제에서 열리고 있는 부대행사의 일환인 아마추어인형극경연대회에는 1997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참가시켜오고 있기도 합니다. 그 뿐인가요?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인형극제가 춘천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데 발로 뛰어다니며, 포스터를 붙인다든지,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든지 하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극단 대표는 제4회때부터 제10회때까지 집행위원이기도 했었죠. 1996년부터 1999년도까지는 극단 대표가 춘천인형극제 협의회장을 맡아 그야말로 헌신적으로 인형극제를 위해 몸바쳐 일해왔다고 자처할 수 있을 정도이지요. 그즈음에 성과로는 관객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했었죠.
그런데, 20회 때부터 인형극제의 질이 점점 떨어지면서 점점 퇴보해가는 가운데 관객들, 특히 춘천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에게도 만족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관객들을 좀 더 존중해주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방향으로 인형극제의 운영이 개선돼야 차후 인형극제가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연예술에 대한 새로운 체험을 하는 가운데 축제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향상되도록 외국초청공연의 선택에도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지적장애인분들을 모시고 공연장을 찾았었는데, 대공연장에서 외국에서 초청된 공연이 있었음에도 차마 추천해줄 수가 없어서 1시에 공연하는 작품인 국내공식초청작 한 편과 2시에 공연하는 유관순을 다룬 작품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지요. 공식초청작은 좋았지만 유관순을 다룬 작품은 지적장애인분들에게는 그다지 적합한 작품도 아니었고, 1시 공연에 이어 연달아 2시 공연을 보느라 장애인분들이 화장실 다녀오는 문제 등에 좀 애를 먹었답니다. 애초에 축제장을 찾으려 했을 때에는 그 외국초청작과 국내 공식초청작 2편을 볼 계획이었으나,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지요. 외국초청작이 좀 축제에 어울리고 볼만한 수준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그리고 단체가격보다 1,000원 더 할인되는 장애인할인을 받는 과정에서도 복지카드 사본은 인정될 수 없다는 원칙을 적용받았는데, 동행한 장애인단체 인솔자분께서는 지금까지 어디서도 사본이라 안된다는 규정은 겪어보지 못했고, 예매처 앞에서 장애인분들을 세워둔 채 장애인 이름을 한사람 한사람 불러가며 일일이 확인하는 몰상식한 처분은 인권을 유린당하는 기분이었다며 아주 이상한 원칙이고, 좀 더 관객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몹시 불쾌해 하였답니다.
그 장애인분들을 모시고 축제장을 찾았던 날 대극장에서 공연한 작품을 본 관객들은 이틀 4회에 걸쳐 거의 1,000명 정도는 족히 될 인원인데, 공연을 보고나온 분들의 항의와 원성이 아주 높았었답니다. 이유인즉, 중국어로 하는 인형극에 우리말 번역이 없었고 차후 조치된 정도는 한글자막이었는데, 인형극 관객이 대부분 영유아나 초등저학년과 그 부모들로 이루어졌는데 그 아이들이 한글을 알면 얼마나 알아서 자막서비스로 대체하려 하냐는 것이었지요.
그나마 원작과 동떨어진 내용에 아주 지루하게 구성되어진 작품이라 공연장에 있는 대다수 관객들이 자거나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그 작품말고도 입장한 관객연령과 수준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영어연극이나 이탈리아어로 진행된 공연이 또 있었지요.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축제운영이라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인형극은 연극쪽에서 입장이 금지된 영유아들도 입장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공연진행은 지나치게 공연자 위주로 원칙이 정해져 있어 우천으로 인해 단 5분정도만 늦게 공연장을 찾아도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 공연들도 많아서 공연을 보려고 기대에 차서 왔다가 공연장에 입장도 못하고 돌아가는 관객들의 원망을 사는 일도 아주 빈번하게 있었지요.
인형극 축제는 그야말로 축제이며, 연극관객보다 더 어린 아동들과 그 가족을 상대로 하는 것이므로 좀 더 세밀하게 관객을 배려하는 쪽으로 앞으로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길에 악천후를 마다하고 찾은 관객들에게 실망과 원망만 산다면 누구라도 다시는 축제장으로 발걸음조차 하고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춘천지역을 대표해서 참가하는 단체를 인형극제 주최측에서 배척하고 오히려 공개적으로 허위비방하고 책임지지 못할 언행으로 빈축을 사는 행위는 또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의 불친절에 대해서 축제장을 찾은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불만을 털어놓지만 공론화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춘천인형극제 주최측은 이제 알아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참기 힘들정도로 불쾌한 처우를 몇몇 자원봉사자에게 받았었지만, 그들이 어리고 축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입장이리란 마음으로 너그럽게 그냥 넘어간 적이 올해만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축제 기간 중에는 단 한 차례도 표출하지 않았으니까요. 인형극장에서 일하는 사무국일원이 관객이나 축제 참가 인형극단 위에서 군림하려는 태도는 인형극 축제의 근본 취지를 망각한 행위이며, 공정하지 않은, 관객을 좀 더 배려하지 않는, 자기들 입장만 대변하는 원칙은 이제 더 이상 고수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꼭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춘천인형극장의 적지 않은 운영예산이 춘천시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운영의 효율성을 꾀하여 춘천시민들에게 축제나 인형극장의 공연들로부터 다양한 부가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축제장을 찾은 관객이나 지역의 인형극단을 존중해주고 세심한 배려를 해 주는 방향으로 시정하는 데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 확보가 아니라 태도와 마인드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20년이 넘도록 축제가 내 걸어온 슬로건이 \"어린이에게 동심을 주고 모든이에게 사랑을 준다\"로 알고 있는데, 진정으로 그 슬로건을 지켜나가고 있는지, 진심으로 어린이들이 자랑하고 싶어할 만한 명품 축제로 만들어가고 있는지 조용히 돌아보는 반성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축제장을 찾았다가 실망해서 다시는 축제장에 발걸음을 하고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좀 더 발전적인 축제를 운영할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춘천에서 인형극단을 꾸려가고 있는 한 단체로서 엄중하게 촉구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