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이 경춘선 폐철도 강촌역~이설 백양리역 구간 5km구간을 자동차전용도로로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춘천시의회 차원의 대응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이면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된다.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기존의 경춘선 단선철도는 폐철도 구간으로 남게 된다.
철도시설공단과 춘천시 등 지자체들은 지난 3년여동안 수차례 협의와 ‘경춘선 폐선부지 최적활용을 위한 사업기본 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통해 올해초 전체적인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사업은 모두 77km 구간에 걸친 옛 경춘선 철길을 자전거도로에 이은 레일바이크와 관광열차를 탈 수 있는 관광명소로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종 용역결과에 따르면 폐철도 관광자원화사업은 서울시의 공원화 사업과 연계돼 남양주시와 경계지점인 서울시 노원구 화랑대역 인근부터 대성리역까지 30km 구간에 자전거도로가 개설된다. 또 청평에서 대성리까지 6km 구간에 레일바이크가 들어서며 가평까지 자전거도로로 이어진다.
특히 춘천시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가평역~김유정역간 22km 구간에는 관광열차가 운행되며 사업비만 63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가평역~김유정역간 22km 구간 가운데 의암댐 하류 상습 침수구간인 춘천시 남산면 강촌2리와 백양리 경계에 들어서는 이설 백양리역~강촌역까지 5km 구간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개설이 계획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과 춘천시는 이곳에 철길과 자동차 통행이 동시에 가능한 겸용도로를 만들어 기존 수변도로가 침수될 때에는 비상도로로, 평상시에는 관광열차 길로 이용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 구상안이 나오기까지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천시가 강원발전연구원에 용역을 줘 마련한 강촌유원지 종합개발 기본계획안에 이미 강촌역~신설백양리역 간 폐철도 구간을 자동차전용도로로 개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춘천시는 2002년 2월 5일 강원도 공영빌딩 회의실에서 강촌유원지 종합개발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당시 강촌주민들은 경춘선 구간 중 천혜의 구간인 이 구간을 자동차도로로 개설한다면 큰 관광자원의 손실이라는 점을 들어 이의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고 당시 강촌리 주민들이 요구했던 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본인이 2002년 3월경 경춘선 복선전철 7공구 주 시공사인 LG건설에 ‘강촌유원지 종합개발 기본계획안에 강촌역-경강역간 폐철도 구간을 자동차 전용도로로 개설하도록 돼 있는지의 여부’를 질의한 결과 다음과 같은 요지의 답변을 해 왔다.
“저희 현장에 설치되는 백양교 교량이 현재 남산면 농어촌도로 201호(강변도로) 2.5km를 점용함에 따라 대체(이설)도로가 북한강변쪽으로 근접하여 설치토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대체(이설)도로 관련하여 춘천시 및 관련 기관 인허가 과정에서 기존 철도(폐철도)를 도로화하는 조건부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저희 현장에서는 철도청 소유인 폐철도 부지뿐 아니라 이를 도로화하여 춘천시에 기부하는 것으로 철도청과 설계변경 완료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확정된 폐선이용도로는 현 강촌역 앞 도로와 연결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강촌역~이설백양리역 폐철도구간을 도로화하여 춘천시에 기부하도록 이미 철도청(현 철도공사)과 설계변경을 완료하였다는 답변이었다.
춘천시청에 확인한 결과도 강촌역~이설백양리역 폐철도 구간을 자동차 전용도로화 하여 여름철 홍수로 강변도로 침수시 ‘비상탈출로의 용도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결국 가평역~김유정역 22km구간 중 5km구간의 철로를 모두 걷어내고 도로를 만들고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경춘선철로 전 구간에서 가평역~김유정역 22km구간은 대부분 북한강을 따라 빼어난 경관을 갖추고 있으며, 백양리역(승강장내에 역사가 위치한 독특한 간이역), 강촌역(피암터널, 그래피티지정역, 낙서문화의 요람), 가평 ․ 경강 ․ 강촌철교와 의암댐 부근 터널(일명 콧구멍터널) 등 근대 철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많은 철도시설물을 지니고 있다.
이설 백양리역~강촌역 5km 구간을 ‘곶감 빼먹 듯’철로를 걷어내려는 것은 귀중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며, 효용성면에서도 비합리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최근 확인한 바로는 이설백양리역사 옆 철도부지로부터 엘리시안강촌 입구구간에서 도로개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건설업체인 S토건이 강촌역~이설백양리역 폐철도 구간을 도로로 건설하는 선행공사에 착수했고, 철도시설공단이 본 공사의 설계를 시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시는 지금이라도 철도시설공단의 이같은 일방적인 ‘자동차전용도로 개설’ 방침을 철회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문제의 열쇠는 폐철도 자원도 원형대로 보존하면서 홍수에 대비, 현백양리 주변 주민들과 엘리시안강촌 방문객, 차량들을 안전하게 비상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있다. 현재 여름 장마철에 강변도로가 침수되는 기간은 1~3일 정도. 백양리역 주변 주민들은 강변도로 침수 시 철도공사 측의 배려로 무정차역인 백양리역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열차를 정차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 째, 강촌철교 아래부터 엘리시안 강촌 구간 강변도로의 높이를 0.5~1m 정도 높여 침수를 방지하는 방안이다.
현재 강촌~가평을 잇는 북한강 수변 자전거전용도로가 강변도로를 따라 건설됨에 따라 현 강변도로를 쉽게 높일 수 있게 돼 공사비와 공기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강변도로 침수 시 폐철도에 보선용 전동차를 투입해 주민들을 실어 나르고, 관광열차가 개통되는 2003년 이후엔 관광열차를 통하여 수송을 전담하게 하는 방안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듯이 짧은 침수기간의 비상탈출을 이유로 후손 대대로 물려 줘야 할 귀중한 문화유산을 훼손해도 되는지와 손익을 꼼꼼이 따져 봐야할 것이다. 문화유산을 훼손하기는 쉽지만 다시 복원하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또한 폐철도의 도로화 사업은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의혹으로 비칠 수 있다. 강촌역 옆 403호 지방도로에서 강변도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종합리조트업체 사업장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폐철도를 도로로 만든 뒤 강변도로 침수시에만 한시적으로 비상탈출로로 이용을 한다는 얘기를 믿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춘천시와 춘천시의회는 관련단체, 언론사, 교통전문가, 강촌권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열어 더 좋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협의절차를 충분히 거친 뒤 폐철도 활용여부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