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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모대학병원의 비겁과 오만을 고발합니다.

이 글에서 고발하는 모대학병원의 홈페이지에는 \"고객의 소리\"(비공개)와 \"친절직원추천\"(공개) 두 공간에만 소비자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고객의 소리\"라는 공간은 비공개라 고발의 효과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친절직원추천\"에 글을 올렸더니, 삭제한다는 전화를 한 번 주고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여러분께 답답한 마음을 전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은 2012년 7월부터 11월까지 춘천시 모대학병원과 우리 가족 사이에 발생했던 의료사고(“오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의료사고로 인해 환자가 치명적 상해를 입은 경우와 비교하면, 우리가 겪은 일은 경미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대학병원 측의 “비겁”과 “오만”을 그냥 넘어 갈 수 없어 이 글을 씁니다.

Ⅰ 분쟁심의 결과 안내문

먼저 모대학병원 병원장 명의로 11월 13일에 작성된 “분쟁심의 결과 안내”의 내용을 보시기 바랍니다. 핵심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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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분쟁심의 결과 안내

(가) 고객님은 2012년 7월 30일 내원 3일전 넘어지면서 발생한 오른쪽 다리의 통증으로 본원 응급실을 방문하셨습니다.

(나) 아쉽게도 3주가 지나 8월 20일 본원에 다시 내원하실 때까지 진단이 지연되었습니다.

(다) 위 사건에 대해 고객님께서는 위자료 등을 요구하셨지만, 치료결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본원에서는 고객님의 요청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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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결과 안내문을 읽어보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어떤 사건인지, 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 왜 환자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지 등이 이해되시나요? 아니면 혹시 우리 가족들이 “위자료”나 받아내려는 몹쓸 사람들로 보이시나요?

Ⅱ 사건의 개요

약 1년 5개월 전의 뇌출혈로 인해 오른쪽 편마비가 있는 아버님(76세)께서 2012년 7월 28일 토요일 공원을 걷다가 넘어지신 후, 오른쪽 엉덩이와 다리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셨습니다. 7월 30일 월요일, 가족들은 과거에 뇌출혈 치료를 받았던 병원 응급실에 가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X-레이를 찍고 진단받은 결과는 “r/o contusion(타박상으로 의심됨)”이었습니다. 우리 가족, 특히 아버님께서 많이 안도하셨습니다.

그러나 1주일, 2주일, 3주일,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오히려 엉덩이 부분에 시퍼렇게 멍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병원에 다시 가보자고 여러 번 아버님을 설득해보았지만, 노인들께서 흔히 그렇듯이, 아버님께서는 뼈가 괜찮으니 문제없다며 이를 극구 거부하셨습니다.

그러던 8월 20일 월요일 아침, 즉 처음 병원 응급실을 갔던 날로부터 22일이 지난 날, 평생 농사만 지으시며 아파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던 아버님께서 큰형에게 병원을 가보자는 전화를 하셨습니다. 또다시 병원 응급실을 가기가 미덥지 않았던 큰형은 개인병원으로 아버님을 모셨습니다. 그 병원에서 이미 오래전에 고관절 “골절”이 있었으니 빨리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고통을 어떻게 지금까지 참았느냐는 걱정과 함께 말입니다.

다시 병원 응급실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X-레이(2차)를 찍었고, 의사 선생님은 비교를 위해 예전에 찍었던 X-레이(1차) 사진도 다시 판독했습니다. 1차, 2차 X-레이 사진에서 모두 “골절”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2차 X-레이 사진에서는 우리 같은 일반인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골절된 부분이 더 확대 또는 확장되어 있었습니다. 22일 전의 1차 진료 때, “골절”을 “타박상”으로 오진했던 것입니다.

병원 측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바로 입원하게 하였고 다음날 수술을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외과에 입원하자마자 수술을 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같은 일입니다. 수술과 입원 치료가 끝날 쯤, 우리 가족들은 “오진”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병원 측에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병원 측은 그것을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위에 있는 “분쟁심의 결과 안내”입니다.

Ⅲ “오진”의 내막

하지만 이 “분쟁심의 결과” 뒤에는 병원 측이 밝히기 꺼려하는 몇 가지 사항이 숨어있습니다. 위의 심의 결과 안내문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가) 고객님은 2012년 7월 30일 내원 3일전 넘어지면서 발생한 오른쪽 다리의 통증으로 본원 응급실을 방문하셨습니다.

이 문제는 별로 따지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병원 측에서 살짝 말을 바꾸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마디 합니다. 아버님은 뇌출혈로 인해 몸 오른쪽 절반의 감각을 상실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엉덩이와 다리 부분 어딘가가 아프긴 한데,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집어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까닭에 처음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엉덩방아를 찧었다고 분명히 말했으며, 어디에 통증이 있는 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발목부터 엉덩이까지 모두 X-레이를 찍었던 것인데, 병원 측은 “오른쪽 다리의 통증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다고 슬쩍 말을 바꿔 놓은 것입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시죠? 병원 측에서는 아버님께서 주로 “오른쪽 다리의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에, 응급실의 의사 선생님께서 엉덩이의 고관절 부분에 다소 소홀했고, 그래서 “오진”이 있었다는 식으로, 다시 말해서, 환자 측이 증상을 정확히 말하지 않은 것에도 약간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이는 실제 문제제기 과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2. (나) 아쉽게도 3주가 지나 8월 20일 본원에 다시 내원하실 때까지 진단이 지연되었습니다.

가장 어이없고 병원의 자체 심의 과정을 불신하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만은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병원 측에서 “오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어서, 가족들은 이를 문의하기 위해 “의무기록사본증명서”를 청구했습니다. 그 기록에서 우리는 더 황당한 사실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본래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X-레이를 찍으면, 나중에 영상의학과에서 다시 그 X-레이를 보다 정밀하게 판독한다고 합니다.

7월 30일에 처음 찍었던 X-레이(1차)를 4일 뒤인 8월 2일에 영상의학과에서 판독한 결과는 “Rt femoral neck fracture(오른쪽 대퇴경부 골절)”이었습니다. 즉, 응급실에서는 “타박상”으로 “오진”을 했지만, 4일 뒤 영상의학과에서는 “골절”로 정확히 판독했던 것입니다. 병원의 규정에 따르면, 이런 경우 환자에게 연락해서 치료를 하는 것이 병원의 의무라고 합니다.

그러나 병원은 환자가 처음 방문한 후 22일이나 경과할 때까지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오른쪽 편마비인 아버님은 화장실, 식사, 세면, 잠자기, 앉고 일어나는 등 모든 일상 활동을 엄청난 고통 속에서 하셔야 했습니다. 자식들이 아버님을 안거나 업으려고 해도 너무 고통스러워 하셔서 어떻게 하질 못했습니다. 급기야 아버님은 화장실 가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며 식사량을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이셨습니다. 더구나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자식들이 춘천을 오가며 간병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아버님뿐만 아니라 어머님도 매우 힘들어 하셨습니다.

또한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응급실에서 어떤 처방이 내려졌든 귀가 후에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다시 방문하라는 “안내문”을 의무적으로 배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의무 역시 병원은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첫째, 1차 검진에서 “골절”을 “타박상”으로 오진을 했고,
둘째, 1차 검진 4일 뒤에 영상의학과의 판독을 통해 “골절”이란 것을 알고도 22일간 사후 조치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셋째, 응급실의 의무 규정인 안내문도 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병원 측은 “아쉽게도 …… 진단이 지연되었습니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위의 세 가지 명백한 잘못에 대해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말입니다.

3. (다) 위 사건에 대해 고객님께서는 위자료 등을 요구하셨지만, 치료결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본원에서는 고객님의 요청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병원 진료지원실에 가서 상담했습니다(8월 29일). “의무기록사본”을 검토한 진료지원실의 직원께서 위의 세 가지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퇴원 전에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 보겠다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11월 중순 쯤에 병원 자체에서 실시하는 의료분쟁 심의라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8월말이었기 때문에 11월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가기도 뭐했고, 병원 측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증거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또한 아버님께서도 “오진”으로 인해 긴 시간 고통스러웠던 것을 억울해 하시고, 병원의 치료에 대해 불신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이것이 아버님의 회복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되어, 당시 응급실의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아버님께 사과의 말씀을 해달라고 진료지원실 직원분께 청하였고, 그 의사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해주셨습니다. 이에 아버님도 어느 정도 마음을 푸셨고, 가족들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이때까지 일이 잘 처리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퇴원 하루 전(9월 3일)에 진료지원실에서 온 연락은 우리 가족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버님의 고관절 수술을 담당했던 주치의 선생님의 특진료 50만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 이 “오진”과 사후 조치 의무 불이행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기대한 것은 병원 법인의 공식적 사과와 상응하는 조치였지, 병원의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그 제안을 거부하고, 11월에 있다는 의료분생 심의를 받기로 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11월초(아마도 11월 7일) 병원 진료지원실에서 전화연락이 왔습니다. 비록 1차 검진 이후 22일이 지나서 수술과 치료를 했으나, 동일한 수술과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었으므로 환자 측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우리를 속상하게 했던 것은 아버님께서 이미 고령이기 때문에 그 노동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22일에 대한 노동 손실도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노동 손실에 대한 보상이란 것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늙었으니 아무 쓸모없다는 식의 논리는 자식된 우리를 너무나 화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분쟁심의의 결과를 전화를 통해 구두로 “통보”하는 병원 측의 오만함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면으로 우리의 문제제기가 거부된 이유를 밝혀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병원 측은 문서로 심의 결과를 보내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마뜩잖아 하면서도 결국 보내주었습니다. 그것이 위에 소개한 “분쟁심의 결과 안내”입니다.

(다)의 내용을 봐주세요. 우리 가족들이 요구한 것은 병원 법인의 공식적 사과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였습니다. 상응하는 조치라는 것에 “위자료”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병원 측의 눈에는 “위자료” 밖에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오진”과 사후 조치 의무 불이행에 대한 사과가 빠졌고, 아버님과 우리 가족들이 22일간 불필요하게 겪은 고통에 대한 이해도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가족들을 “돈”만 바라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치료 과정의 문제점과 그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받은 고통은 묻어버리고, 치료비와 직결된 치료 결과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치료비를 다 내겠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습니다. 그 대신 우리는 병원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며, 환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태도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보신대로 헛된 바램이었습니다.

Ⅳ 꽉 막힌 길

11월 13일 우리 가족들은 병원 진료지원실에 마지막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때 “분쟁심의 결과”는 병원 측의 처음이자 마지막 입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 측에서 보면, “분쟁심의”의 결과를 환자 가족에게 “통보”한 것이 곧 이 일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환자 가족이 다시 병원 측과 직접적으로 대화할 통로나 수단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만일 “분쟁심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 “통보”를 받아들이고 가만히 있거나, 법정 소송을 하거나, 아니면 “한국소비자원” 또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적 소송을 하면 분명히 우리 환자 측이 질 것이라고 했습니다.(진료지원실의 직원분은 우리가 또다시 마음을 다치고, 시간과 비용을 허비할까봐 염려해서 해준 말이었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소송을 하거나 기타 중재 기관에 조정을 신청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 몇 개월간의 일을 겪으며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우리 환자 가족이 어찌해 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병원 측의 비겁과 오만을 두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2년 년말까지 병원의 홈페이지에 베너 광고 형식으로 공식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힘없이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터넷에 호소문을 올리겠다고 또 힘없이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씁니다.

Ⅴ 의료 기관의 “비겁”과 “오만”

이 일을 겪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비겁”과 “오만”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겪은 일은 병원 측이 과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병원은 그렇게도 당당했습니다. 명백한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당당한데, 쉽사리 의료사고 여부를 가려낼 수 없는 경우에는 얼마나 더 오만할까요?

병원 측에서는 분쟁심의 과정에 변호사 등 외부 인사도 참여했다며 “공정성”을 강조했습니다. 분쟁의 한쪽 당사자인 환자와 그 가족이 빠진 분쟁심의가 갖는 “공정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 일방적인 “공정성”을 내세우며, 환자 가족들에게 심의 결과를 수용하라고 강요하는 병원 측의 “오만”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법적 분쟁에서도, 법리적 다툼에서도, 기존의 의료제도에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의학적 지식에서도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가족들에게 이 문제는 더 이상 우리 가족만의 문제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언제든지 질병이나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우리 잠재적 환자들과 오만한 병원,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의료제도와 법제도의 문제로 보입니다. 상대적 약자인 개인들이 병원에게 문제를 제기할 때, 법제도, 의료제도, 의학적 지식, 각 병원들의 자의적 내부규정 등은 개인들에게 그다지 힘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기존의 제도나 규정이 우리 사회의 상식과 합리적 이해 방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상대적 약자인 환자와 가족들이 불합리한 제도와 규정에 막혀서 정당한 요구를 묵살당하는 것에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제도나 규정의 문제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의료 지식, 의료 제도, 의료 인력, 의료 권력을 장악하고, 그 제도와 직원들의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자신들의 이익과 편의를 지키려는 의료 기관의 “오만”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 “비겁”과 “오만”이 스스로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자기반성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Ⅵ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뇌출혈을 앓은 고령의 환자들이 밟는 대체적인 과정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뇌출혈로 편마비가 오고, 재활 운동을 하다가 고관절이 골절되고, 고관절 수술을 하고, 끝내 허약해진 체력이 그 큰 수술을 견디지 못하여 불행을 당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아버님께서는 강단이 있으신 분이라 이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셨습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22일이라는 긴 시간을 허비하였고, 체력은 크게 저하되었는데, 그 허약해진 몸으로 수술을 받다가 자칫 예기치 못한 일이라고 났다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합니다. 병원 측은 이러한 경우를 우리보다 더 많이 보았고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돌아보지도 않고 사과도 하지 않습니다. 치료 과정과 치료 결과를 분리해서 우리에게 치료 결과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1차 검진 때 오진을 하셨던 응급실의 의사 선생님, 우리와 오랜 시간 상담했던 진료지원실의 직원분, 모두 성실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별다른 감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병원은 하나의 법인입니다. 직원 개개인이 해야 할 일이 있고, 법인이 풀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병원 법인은 제도와 직원들의 뒤에 숨어서 아무런 잘못이나 책임이 없다고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다시 한 번 병원 법인에게 요구합니다. 병원 법인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십시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