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만도 못한 춘천시 문화 행정
조삼모사란 중국 송나라 때 원숭이를 키우는 저공이란 사람이 원숭이의 숫자가 많아지자 먹이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식량 3개, 저녁에 4개 준다고 하니 자신의 먹이를 줄였다며 화를 냈다. 주인이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줄게\"라고 원숭이를 속였다는 사자성어다.
요즘 춘천의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이 춘천시문화재단의 미심쩍은 행정 때문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시문화재단이 생활문화지원사업에 선정된 단체들을 상대로 조삼모사만도 못한 일을 벌였다. 재단은 생활문화지원사업에 선정된 동호회 대표들에게 <3월26일 13시 상상마당 스테이 나비홀에 참석하시라. 참여예산제에 불참 시 지원신청은 취소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나도 문학동아리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에 36개 단체 동호회 대표들을 한곳에 모이라고 한 것도 문제인데 참석 안 하면 지원을 취소한다니 대단한 엄포다. 행사장에서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임승관 대표가 ‘주민참예예산제 의미와 목적 이해’ 란 주제로 강의했다. 왜 비싼 세금을 들여 강사를 초빙했는지에 이유는 곧 밝혀졌다. 재단 측이 문학, 사진, 미술 등 각기 다른 생면부지의 예술인 대표를 6개 조로 나누고 각조마다 춘천시문화매개자를 동참시켜 토론을 유도했다.
매개자는 “춘천시 예산이 모자라서 조별로 226만 원을 깎아 확정 예산을 세워야 하니 대표들의 의논과 협조를 바란다”고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 조는 300만 원씩 받은 지원금에서 40만 원씩 깎아 240만 원을 확정하고 나머지 14만 원은 돈이 많이 든다는 미술 단체에 몰아 주기로 했다. 지원신청 예산이 1억8,400여 만 원인데 왜 1억6,000만 원이 되어 깎으라는 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예산이 모자라면 동호회 선정 단체를 줄이면 될 게 아닌가? 임승관 대표는 “무엇을 할까? 가 아니라 주민들이 이 사업을 왜 할까?를 먼저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결국 너희들이 의논해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예산을 깎았으니 불평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문화재단이 춘천의 생활문화예술인들을 ‘예산 깎기 쇼’의 꼭두각시로 만든 것이다. 각 조 대표의 결과 발표시간에 나는 “춘천이 문화도시가 되어서 기대했는데 오늘 실망했다. 재단의 의도가 주민참여제를 핑계로 예산을 깎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년엔 재단이 아닌 문화인들이 스스로 의논하고 예산을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주민참여제도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춘천문화재단의 파행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문화지원사업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3배수를 뽑아 추첨한다더니 지난해에 이어 붙박이로 심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번 심사하는 그분은 ‘심사 로또 운’을 타고났나보다. 재단 측은 춘천의 대표 문인단체인 춘천문인협회 사업을 보란 듯이 탈락시켰다. 문협 임원들이 항의차 방문했더니 최돈선 이사장이 “심사는 공정했고 재단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문협이 2차 사업에 지원신청 하면 책 내는 것쯤은 가능하지 않겠냐?”며 슬며시 여지를 남겼다. 재단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그런 말 하는 것 자체도 모순 아닌가? 뚜렷한 심사규정과 이유를 밝히지 않고 모든 책임을 심사위원에게 떠넘기는 저급한 술수다.
이쯤 되면 시민 주도형 춘천시 문화예술 정책은 대실패라고 볼 수 있다. 어리석은 사람을 빗댄 사자성어 조삼모사가 오히려 춘천시 문화 행정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고전에서 원숭이 주인은 최소한 원숭이들의 먹이를 깎지 않고 아침과 저녁으로 개수를 바꾸어 본전을 쳐주었으니 말이다. 춘천의 문화예술인들을 조삼모사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춘천시 문화정책을 개탄한다.
춘천문인협회 김현숙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