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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수원 변경 동의안 부결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지난 4월 7일 춘천시의회 산업위원회에서 춘천시가 제출한 ‘안정적 맑은 물 공급 의무부담 동의(안)’이 통과됐습니다.
명목은 안정적 맑은 물 공급 사업이지만 실제로는 그 동안 논란이 됐었던 물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수원을 변경하는 사업입니다.

물값 문제는 그 동안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춘천의 기득수리권과 댐으로 인한 천문학적 피해를 고려해볼 때 물값을 납부하라는 요구는 너무나도 부당하다는 시민 정서뿐만 아니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일부 시민단체만의 주장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춘천시의 공식 입장이었습니다. 춘천시의회도 반대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왔고,
최근 몇 년 동안 춘천시가 편성한 물값 예산을 삭감해왔습니다.

춘천시민의 기득수리권 주장과 그 동안의 투쟁을 고려해볼 때 물값 납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금번 회기 의회에 제출된 동의안을 보면 춘천시는 사업의 본질을 감춘 채 마치 다른 사업인 것처럼 초점을 흐리고 있으며,
춘천시의회 산업위원회 일부 의원들은 충분한 검증 없이 이를 통과시켰습니다.
춘천시와 춘천시의회 모두 시민이 준 권한을 지나치게 남용하고 있습니다.
물값 문제는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춘천시의회는 보다 책임 있는 결정을 위해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16일 진행될 예정인 본회의 때 동의안은 반드시 부결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물값 투쟁의 역사와 춘천시민들이 주장해왔던 당위뿐만 아니라 춘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취수원 변경사업이 과연 시민들에게 도움 되는 사업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춘천시의원들이 시민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검증할 것을 촉구합니다.

첫째, 춘천시의 주장처럼 과연 운영비 절감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춘천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운영비 절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취수방식은 20억원의 운영비가 들지만 취수원을 댐 내로 변경하면 16억의 운영비가 들어 매년 4억의 비용이 절감되고 장기적으로 춘천시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춘천시의 주장이 성립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우선 취수원 변경을 위한 공사비 140억 중 70억을 국비로 확보해야 합니다.
수자원공사가 20년 동안 물값을 올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전제조건입니다.
시가 비용 절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전기요금의 경우 소양댐에서 자연유하가 가능한 170미터의 수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현재는 3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비 70억은 확보조차 하지 못해 현재로서는 4억원의 운영비 절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7일 산업위원회 회의 때 제시된 자료를 보면 수자원 공사는 1989년 이후 현재까지 물값을 8배나 올려왔습니다.
더군다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과도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기업이니 물값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춘천시의 막연한 기대일뿐입니다.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소양댐의 수위는 157미터까지 낮아진 상황입니다.
춘천시는 소양댐 수위가 연중 205일 정도는 170미터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자연유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재와 같은 가뭄이 반복된다는 170미터 수위를 유지하는 일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춘천시가 주장하는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회에서 취수원 변경 동의안을 통과시켜준 상황에서 춘천시가 주장하는 운영비 절감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지 시민들에게 자신 있게 답해야 합니다.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취수원 변경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고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춘천시는 그 동안 미납된 물값 199억원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습니다.
춘천시는 취수원 변경을 통해 앞으로의 물값을 납부하게 되면 미납 물값에 대해서도 수자원공사가 선처해줄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떠한 근거도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자치단체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득수리권 재배분을 통한 권한 확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법적 검토 등 미납 물값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이후 물값 문제에 대한 협상을 주도하는 것이 춘천시에 훨씬 더 유리하다는 사실은 이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잇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상식입니다. 모든 권한을 내주고 미납 물값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셋째, 취수원 변경은 춘천시민의 물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춘천시민과 수자원공사의 물값 다툼은 단순히 법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수리권 재배분 문제, 대규모 댐건설로 인한 피해 지원과 지역 주민들의 정서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결부되어 있습니다. 수자원공사의 물 독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 주장이기도 합니다.
춘천시가 물값이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측면과 주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 해결을 위해 근거도 취약한 운영비 절감을 들먹이며 취수원을 변경한다면 시민들이 그 동안 힘겹게 지켜왔던 물에 대한 권리를 한순간에 포기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성급한 물값 납부 결정보다 시민의 당연한 권리인 기득수리권 재배분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기득수리권 재배분을 위해 춘천시와 춘천시의회,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는 춘천시장과 취수원 변경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성급한 결정으로 인해 이후 발생하게 될 문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합니다.
춘천시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이며 시민들의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춘천시 발전과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를 결정할 때는 반드시 춘천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합니다.

4월 16일 본회의에서 ‘안정적 맑은 물 공급 의무부담 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2015년 4월 15일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춘천경실련 춘천나눔의집 춘천민예총 춘천생명의숲 춘천생활협동조합 춘천시민연대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춘천환경운동연합 춘천YMCA 춘천YW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