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자유발언

이재수 의원(제230회 10분 자유발언)

이재수 의원입니다.
의회에서 의원들이 발언하는 것은 한 개인이 발언하는 것이 아니고 춘천시민을 대신해서 춘천시민의 얘기를 모아서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자리에서 조차도 말을 막게 하거나 말하기가 불편하면 춘천시의 언로는 정말 다 막힌 거라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시장님, 편하게 들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듣는 것이 바로 시장이 해야 될 일입니다.
시민이 시장에게 권력을 위임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권력이 넘치고 지나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시민들이 늘 감시를 하는 거고요. 그 시민에 대신해서 의회가 직접적으로 시정운영 전반에 관하여 늘 감시하고 지적하고 말을 하게 됩니다.
그것조차도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정말 그런 권력, 정말 시민도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지난 2년 동안 저희들이 적지 않게 부끄러움을 가진 것 솔직히 시인합니다. 우리 스스로 시민의 목소리, 시민의 마음보다는 우리의 각자의 정당적, 정파적 이해가 앞섰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시민으로부터 대의해 달라고 주문을 받고 있고 그 일만큼은 멈춰서도 안 되고 계속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제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우리 21명 시의원 여러분들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보다 시민들에게 충실한 그런 의회가 되도록 함께 노력해 가기를 약속을 드리고 다짐을 해봅니다.

제가 시장님께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격한 말도, 나의 감정의 일방적 배설도 아닙니다. 이제 지난 2년 동안, 아니면 길게는 6년 동안 우리 춘천시에서 아파하는 춘천시민의 소리를 대신 제가 시장님께 전달해드리고자 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사랑하는 27만 춘천시민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선후배 동료의원 여러분! 저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방자치 부활 20년의 역사를 누추하게 만들고 있는 춘천시정 현실을 말하려 합니다. 시민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시민의 소리가 막혀버린 현실 앞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림하고 통제하고 민의를 거스르는 춘천시정 방향은 바로 잡혀야 합니다. 시민에게 겁을 주고 시민을 가르치려는 춘천시장에게 민주주의를 일깨워야 합니다. 다시 춘천시민이 춘천시의 주인임을 분명히 해야 할 때입니다. 시민의 정당한 권리는 어떤 이유로도 제한받을 수 없습니다.

시민의 입을 막을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입니다. 지난 5월 23일 새벽 춘천시청 현관에서 경찰에 연행된 사건에 대해 경위를 듣고 저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설마 춘천시장이 시민을 고소한다는 게, 시장을 만나고자하는 시민을 고소한다는 게 있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장애인 부모들을 상대로, 그러나 사실이었습니다.

경위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장애인 부모들뿐만 아니라 장애인단체 모두의 오랜 숙원사업인 춘천시립재활스포츠센터 건립 장애인 활동보조 추가지원,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설치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답니다. 그리고 시장님의 성의 있는 답변을 주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이 없자 밤을 세워서라도 답변을 듣겠다고 하는 일부 장애인 부모들이 현관에서 밤샘을 하던 중 새벽녘에 경찰에 연행된 사건입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애타는 심정을 경찰력을 동원해 무참히 짓밟는 춘천시장이 정말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생겼습니까? 무엇이 두려워 한없이 약한 장애인 부모들을 고소까지 해야 했습니까?

춘천시민을 고소하는 사태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춘천시청 현관 앞에서 진행된 3월 22일 춘천무상급식실현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춘천시청 공무원들이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회원 6명을 경찰에 고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춘천시청 출입자 통제규정 제6조에 의거 퇴거불응이라는 항목으로 고소했답니다. 춘천시청출입자 통제규정 제6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음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 행상인 및 물품강매를 목적으로 출입하려고 하는 사람, 부정물품 및 위험물자를 적재한 사람, 그 밖에 시장이 출입을 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인정을 하는 사람, 고소대상자인 춘천무상급식실현운동본부 회원들은 어디에 해당되는 것일까요? 마지막 조항인 시장이 출입을 시켜서는 아니된다고 인정하는 사람일테죠. 이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습니까?

시장의 의결에 반하는 시민은 언제든지 출입을 금할 수 있다는 방침을 권고한 것이 아닌가요? 이들은 무상급식과 장애인과 관련된 자신들의 요구를 시정에 반영해달고 요구했을 뿐입니다.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입니다. 이런 식이면 춘천시정을 비판하거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은 모두 범죄자가 될 판입니다.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습니다. 춘천시장과 관련된 모든 언로를 틀어막겠다는 거 아닙니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춘천시의 새로운 공안정국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군사정권시절에도, 관선시절에도 이런 상황들은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춘천시의 시민 고소사태는 부모가 자식을 고소하는 우스꽝스러운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민이 없는 시장이 어디 있으며 시민 없는 시장이 왜 필요합니까? 시장과 춘천시 행정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며 누구한테 부여받은 것입니까?

시민의 천금보다 무겁고 귀하며 시민의 뜻은 하늘보다 높습니다. 시민과 관계공무원은 그 뜻을 무겁게 새겨야 합니다. 어떤 정책이든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반대의견은 그것이 비록 소수일지라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도시재정비 무상급식 등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주민들간에는 큰 갈등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 측이 어떤 정책을 반대하면 다음날 또 다른 단체가 이를 반박 지지하는 성명을 내놓는 등 패가 갈려 반목하고 있습니다. 이를 조정하고 주민화합을 꾀하여할 춘천시가 네 편, 내 편 갈라 오히려 조장 방조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시민들을 네 편, 내 편으로 갈라 반목하게 하고 반대하고 비판하는 측을 차별 박해하는 것은 시장이나 춘천시 공무원들이 할 일이 아닙니다. 설혹 정책을 반대하거나 시정의 불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모두 춘천시민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정하는 속에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시장님과 관계공무원들은 보다 포용적이고 대승적인 마음으로 시민들을 귀하게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시장님이 춘천시민의 대표이자 춘천의 얼굴입니다. 얼마 전 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가 한 발언이 춘천시장의 언행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원주시 장애인에 대한 이런 지원들은 원주시에서는 정책이 추진되는데 왜 춘천시에서는 하지 않느냐는 장애인부모연대의 부모님들에게 “이사나 가라”라고 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춘천시장이었습니다. 또 춘천시민단체 회원들이 토론회에 참석하자 “너희들이 왜 남의 잔치에 와서 초를 치느냐”라고 발언도 하셨다고 합니다. 놀랍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옛말에 동냥은 못할망정 깡통은 깨지 말라 했습니다. 입은 재앙의 드나드는 문이요,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라고도 했습니다. 힘들고 아픈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보다 따뜻하게 껴안는 품격 있는 시장님이 되어주시기를 정말로 당부 드립니다. 춘천시장님! 정말 이제는 그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민과의 다툼도 그만해주시고 편 가르기도 그만해주시고 시민들을 상처 주는 언행도 그만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들을 고소하는 일도 그만해 주셨으면 합니다. 기왕에 고소도 취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대의 화두는 관용입니다. 차이와 다름에 대한 인정이죠. 시장과 생각이 다른 시민들도 우리 춘천시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춘천을 떠나게 해서도 배제시켜서도 안 되는 이유입니다.

시장님을 만나면 더더욱 행복해지는, 더더욱 신나지는 시민들이 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소통과 참여가 시대정신이라고 합니다. 대립과 갈등, 반목과 대결은 시대를 역행하고 삶의 질을 파괴합니다. 대화와 타협, 화합과 혁명만이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행복하고 더 아름다운 춘천을 만드는 데 시장님과 저, 그리고 우리 의원님들,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가는 앞으로 2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간곡히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