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원규 의원입니다. 오랜만에 10분 자유발언에 나섰습니다.
지난 2년간 상임위원장으로 있으며, 정작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위원장의 역할이 선․후배 동료의원님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보좌하는데 있기에 저의 발언을 자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매우 답답하고 참담하기까지 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우리 의원님들 대부분이 어린이 회관의 매각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며 반대의사를 피력하였고 많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만 춘천시장은 이에 아랑곳 않고 지난 16일 담배인삼공사와 전격적으로 MOU를 체결하고 매각 추진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명실공히 춘천시의회는 춘천시민의 대의 기관이고 의원님들의 발언은 27만 춘천시민의 소리이거늘 그 시민의 소리가 깡그리 무시되고 사라졌습니다. 시민은 없고 오로지 춘천시장의 독선만이 존재하는 춘천시가 되어버렸습니다. 밀어붙이고 강행처리하는 과거 독재정권의 망령이 춘천에 나타난 듯합니다.
춘천시 시정운영에 시민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우리 의회 의원님들의 발언을 통해 들어난 춘천시의 어린이 회관 매각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춘천시의 어린이 회관 매각 사유가 어이가 없습니다. 어린이 회관이 부실 운영되고 있고 활성화가 되지 않아 팔아야한다고 춘천시장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어린이 회관이 골칫거리라는 겁니다. 지난 30년간 행정에 부담을 주기만 했지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정말 뻔뻔하기도 하고 한심한 주장 앞에 분노가 일뿐입니다. 어린이회관을 방치하고 활성화를 방해한 게 누구였습니까? 어린이회관뿐 아니라 모든 공공의 문화 공간들을 투자를 하기보다는 수지를 맞추어야 하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온 춘천시 집행부의 일관된 입장이 주요 원인입니다. 그토록 시민의 사랑을 받던 어린이 회관을 춘천시는 제대로 투자를 해서 시설을 보수해 본적도 없고, 프로그램을 유치해 본적도 별로 없습니다. 그동안 행정의 습관적 귀차니즘이 발동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어린이 회관 운영주체의 선정에 있습니다.
1980년 5월 어린이회관이 개관한 후 10년 정도는 확실하게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우리시의 대표 축제인 인형극제를 비롯 춘천마임축제, 아트페스티벌, 국제연극제가 탄생되는 등 어린이 회관의 전성시대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 뒤로 위탁 운영자의 면면들은 어린이회관 운영주체로 적합한지 조차 의심스럽게 했습니다.
춘천시 직장새마을 금고에서 13년 동안 위탁 운영했는데 아무튼 어린이회관을 춘천시 집행부가 애물단지 취급을 하기 시작하는 시점과 겹치고 있습니다. 그 후 사회복지 법인이 들어오기도 했고 영업적 이해를 갖고 온 회사도 있었습니다. 사용료 문제로 법정다툼을 벌이기 시작한 기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부실운영의 책임이 시 집행부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우리 의원님들을 화나게 하는 대목은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2012년 당초 예산 심의 때 춘천시는 어린이회관 리모델링과 관련한 예산 승인을 요청하며 어떻게 말했습니까? 그동안 어린이 회관에 대한 예산 투자의 인색함에 반성한다고도 했고, 의회에서 승인만 해 주면 이번 기회에 어린회관을 제대로 활성화 시키겠다고도 했습니다. 다양한 춘천시민의 문화적 욕구도 수용하겠다고 했고, 시민들과 의논해서 활성화를 모색하겠다는 말도 덧 붙였습니다. 춘천시집행부의 의욕이 남달랐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의원님들도 있었지만 어린이회관에 대한 애정의 깊이만큼이나 기쁜 마음으로 45억 예산을 승인해 주었습니다. 말이 지치면 갈아타야 하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예산 성립 후 몇 달도 안되어 입장을 바꾸는 시 집행부를 우리는 어찌 이해해야 합니까? 27만 춘천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춘천시 공무원이 조삼모개식의 일관성 없는 무책임한 행정을 펼친다면 어찌 해야 할까요? 제가 여기에 선 이유이고 우리 의원님들이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춘천시민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춘천시민과 함께 의논해서 하기로 해 놓고 논의를 붙이기도 전에 입장을 바꿔 버렸으니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매번 이런 식입니다. 일방통행으로 시장의 생각이 곧 법이고 시장의 말 한마디면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시의회조차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이번 건 만큼은 춘천시의회와 충분하게 협의를 하고 처리 했어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우리 의회에서 동의해 주지 않으면 추진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식 추진방식이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지난 7월 3일 의회에 통보하듯 알려 놓고 의회 의원님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6일 협약식을 강행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러한 이광준 시장의 반의회주의 태도와 일방적 추진방식에 우리 의회 의원님들은 따라가 주어야만 합니까? 곧 의회에서 시민의 재산인 어린이회관 매각의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할 사항으로 시장께서는 과거의 경우처럼 MOU까지 체결한 사항으로 대외적인 신뢰도 등을 거론하며 승인기관인 의회를 통과기관으로 전락시킬 겁니까? 앞으로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안에 대한 의회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어린이회관은 우리 춘천시의 문화유산입니다. 문화유산을 사기업에다 팔겠다는 발상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어린이회관이 춘천시로부터 괄시를 받았지만 춘천시민들로 부터는 무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춘천시 공무원들에게 애물단지 취급을 당했지만 어린이회관은 스스로 시민들을 불러드렸습니다. 춘천시민 40대 이전 세대에겐 본인들이, 그 이후 저와 같은 세대들에겐 자녀들과 함께한 추억들이 가슴속에 영원한 감성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린이회관은 존재 자체가 춘천시의 자랑이고 춘천시민의 자부심입니다. 미래 춘천시민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할 문화자산입니다. 그리고 어린이회관은 춘천시민의 문화적 역량을 맘껏 펼쳐날 창의적 문화 공간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 독점될 수 없는 춘천시민 모두의 것이어야 합니다. 기업 이익에 일정부분을 공익목적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 법으로 마지못해 하는 담배인삼공사의 사회환원사업이 매력적이라면 춘천의 또 다른 장소를 물색해서 주면 될 일입니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1999년에 설립해서 20년간 사용 후 춘천시에 양여하기로 한 중앙로 지하도로 겸 상가시설의 경우처럼 일정기간의 무상사용허가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시장께서 간혹 대립각을 세우는 강원도의 경우 레고랜드 설립도, 부지는 무상임대 및 출자형식으로 어느 시점이 지나면 강원도에 귀속되는 조건으로, 매각은 아닙니다. 또 붕어섬 태양광발전소도 기업이 15년 정도 사용한 후에는 소유권이 강원도에 이관되지 않습니까?
강원도 자신은 도민의 자산을 쉽게 처분하지 않으면서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는데, 춘천시는 이유도 안 되는 이유로 시민의 귀중한 재산을 꼭 팔아야만 됩니까? 춘천시장의 의지대로 어린이회관이 매각된다면 현재의 우리들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이런 사안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춘천시민의 문화 자긍심을 짖 밟는 일이고 춘천의 품격을 사랑해 왔던 모든 분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한 일입니다. 춘천시장님! 지금이라도 어린이회관 매각 추진을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춘천시장님의 시민들과의 소통부족으로 인해 시장과 시민, 시민들과 시민간의 수많은 갈등으로 춘천시민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춘천시장님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시고 함께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