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자유발언

남상규의원(제279회 5분자유발언)_약속

안녕하십니까? 춘천시의원 남상규입니다.

4년 전 세월호의 아픔으로 선거유세하는 것 조차도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시간들이 어느덧 지난 이야기가 되어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막상 글을 쓰려하니 어떤 이야기를 하여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5분자유발언으로 할까? 신상발언으로 해야할까? 시작부터 힘들게 고민하다가 4년간의 정리라 생각하며 춘천시의회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언이기에 가볍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처음 등원하자마자 여러 선배님들께서 들려주셨던 이야기입니다.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현장 속으로 들어가 만나며 찾아다녔습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오판을 겪으며 한계와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더 공부하고 한 번 더 현장에 찾아가고, 미처 놓치고 보지 못하는 것이 없나.., 찾아가 묻고 보고 배우다 보니 ‘그래도 답은 현장에 있다.’ 이제는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고 조금은 답을 찾을 정도는 된 듯합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만났던 어르신들, 아이들, 그리고 주민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확연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현장에서 그분들의 목소리가 아픔임을 알고 우리 이웃임을 깨달았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존재이유는 우리 이웃의 행복실현이 아닐까 합니다. 아니, 이웃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의 행복실현입니다. 소소한 작은 행복을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사회시스템과 제도적 장치의 구현이 행정의 목적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 의원이 지난 4년을 되돌이켜 보면 춘천시의 행정이 약자인 다수의 시민을 바라고 오지는 않은 듯하다는 의문이 듭니다.

“사회 4년이면 식구가 되지만 의회 4년이면 원수가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의회의 구조가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한 공천제에 발목 잡혀있는 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란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작은 마을의 주민들을 위한 생활정치임에도 의회에서는 항상 정당의 논리에 의해 의원 개인의 가치와 철학이 짓밟히는 모습을 본인 스스로가 처절하게 경험하였기에 모순과 이율배반적인 결정과 선택을 증오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였습니다.

특정한 정치적 이념과 노선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 정당주의,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선 정당주의에 의한 어느 특정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 당론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요한 정책이라든가 조례 제·개정을 통한 법규 정비 시, 또는 예산안 심의와 같은 의회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 당론이 엉뚱한 곳에 이용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와 민생정치의 핵심과제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엔 부적절하지만, 이러한 정당의 권위주의와 폐쇄주의적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다 성숙된 정치문화가 절실합니다.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 사람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문화, 제도보다 깨어있는 주민의 판단과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춘천시의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제,
제279회 임시회 2018 1차 추가경정예산안 예산결산위원회를 마지막으로 부여받은 소임의 끝을 마무리 했습니다. 4년 전 “약속” 이란 두 글자로 다짐하며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한 표로 선택되어 춘천시의회 의원으로 대의민주주의 대변자로서 집행부를 상대로 논의와 질의 과정 속에 행정의 감시와 견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연구와 학습, 현장방문, 다양한 발언, 시정질문, 조례 등 열심히 뛰어왔던 자료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최소한 부끄럽지 않을 약속을 지킨 것 같습니다만 주민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할 듯합니다.

이제 춘천시의회의 의원으로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내려놓고, 또 다른 선택과 결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현장과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춘천시민들과 존경하는 의회 선배.동료의원들, 그리고 박종훈 부시장을 위시한 멋진 1,400 공무원 모든 분들에게 지지와 격려에 대한 감사와 배려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